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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조르주 바타유, 하늘의 푸른빛 메모 혹은 노트



조르주 바타유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자전적인 모습이 많이 담겨있는 소설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책을 읽기 전까진 바타유의 생에 대해선 전혀 몰랐으니 과연 어느 부분이 작가와 주인공 트로프만이 일치되는 모습이라는 것 인지가 궁금했다. 조르주 바타유는 189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매독 환자에 맹인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동반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으며, 한때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성직자의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매음굴을 전전하며 에로티즘 소설을 쓰기도 했으며 생전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사후에는 젊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 또한 중요한 요소인데, 이 책은 1930-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유럽을 여행하던 트로프만은 나치즘이 떠오르는 것을 처음 목격하게 되고, 그 최종적인 승리에 체념을 하게 된다. 정치라는 것 자체가 실패했다고 믿게 된 그는 어떠한 정치 활동과도 거리를 둔 채, 디르티와 함께 삶을 파멸시키기 시작한다. 트로프만에게 디르티의 영향은 꽤 크다. 디르티야 말로 자신의 뮤즈라고 말하기도 하며 아름답지만 추락한 모습으로 자유로운 행동을 일삼는 디르티에게서 고귀함을 느끼기도 한다.

디르티 이 외에도 2명의 여성이 더 등장한다. 라자르와 크세니. 그들은 각각 다른 의미로 트로프만에게 다가오는데, 라자르는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으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인물로 트로프만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는 인물이며 크세니는 트로프만을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여성이다. 아내 에디트라는 인물은 그에 비해 많이 거론되진 않는다. 트로프만은 이러한 자신의 탈선으로 인해 현실을 외면하고, 죽음을 가까이 두고싶어 하지만서도 사실은 죽음을 무서워 하고있다.

조르주 바타유는 한 순간에 자아를 잃으면서 얻어지는 주권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하는데, <하늘의 푸른빛>에서 이 부분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기존의 것들을 몸소 부시거나, 이념들을 애써 지키기 보단 자유를 더 쫓고 갈망하는 쪽을 택하면서 분명 잃을 것이 크겠지만 얻는 것 또한 클 것이라는 사실을 바타유는 미리 알았나보다. 자유의 상징을 반쯤 정신나가 취해버린 에로티즘으로만 나타낸 점이 조금 아쉽지만 어찌보면 그게 인간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진정한 자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큰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리곤 제목인 하늘의 푸른빛을 바라본다.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늘을 편히 바라 볼 자유조차 없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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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자 가슴이 아팠다.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화장실로 가 혼자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다. 나는 라자르에게 젖은 손수건을 보여주며 말했다. 처량하군부인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왔나요?” 아니, 신경 쓸 것 없어요. 지금 나 자신을 어쩔 줄 모르겠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47p  

그 여자도 내게 욕정을 느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서로를 구역질나게 하는 것뿐이었어요.” 53p  

라자르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래요. 방탕함이 그것으로 먹고사는 창녀들을 타락시킨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그 방탕함 때문에 그 여자를 고귀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난 이해할 수 없어요…….” 54p

홀은 만원이었고, 내가 앉은 자리는 다른 곳보다 높아 의자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언제 어느 때 균형을 잃고 춤추는 벌거숭이 처녀들 속으로 굴러떨어질지 몰랐다. (중략) 그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 의자에 앉아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내 존재는 불행의 의인화 같았다. 반대로 빛에 둘러싸인 플로어 위의 댄서들은 접근할 수 없는 행복이 형상화 된 것 같았다. 70p  

당신이 죽는 걸 바라지 않아요. 내가 당신을 보살필게요. 당신이 살아가도록 꼭 돕고 싶어요.” 나는 그녀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아니, 당신은 날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내가 진지하게, 그리고 절망스럽게 말했기 때문에 우리 둘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도 더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존재가 불쾌하게 느껴졌다. 100p 

차에서 내리자 머리 위로 별이 총총한 하늘이 보였다. 이십년 전 자기 몸을 펜촉으로 찍었던 아이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낯선 거리의 하늘 아래 서서 불가능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이 떠 있었다. 그것은 소리를 지르게 할 만큼 부조리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적대적인 부조리였다. 어서 빨리 동이 텄으면, 태양이 떠올랐으면 싶었다. 별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거리에 나가 있을 것이다. 원래 별이 뜰 무렵보다 동틀 무렵이 더 무서웠다. 157p

도로테아는 그집을 사서 나와 함께 살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적대적인 환멸뿐이었다. 불안에서 벗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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