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곳

ellyfly.egloos.com

포토로그

조금씩 자라고 있어요.
by 160cm


폭풍전야의 시간 일기장



확실히 요즘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시간을 잘 활용 못한다. 그냥 내가 게으른 탓. 근데 뭐 굳이 그 저녁을 부지런히만 쓸 필요는 없지 않나. 게으르고 가만히 있는 나의 모습이 그런대로 또 싫지만은 않아. 오히려 안정감이 들 지경... 근데 이렇게 즐길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더욱더 최대한으로 가만히 있자.
/
오늘 오후엔 태풍이 몰아친다는데 지금은 너무도 고요하다. 저녁엔 술 약속이 잡혀버렸는데 저번에 갑작스러운 비바람을 이겨내고 간장 새우를 먹으러 갔을 때가 생각이 나네. 그때도 약간 무섭긴 했지만 태풍에 쓸려가는 일이 있더라도 오늘 술은 꼭 먹고 뒤져야겠다. 축하주를 마십시다. 축하받아 마땅해. 대단해. 새삼스럽게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고... 그때의 어린 나는 도전정신이 어마어마했구나.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정대만과 같은 정신으로 살았던 그날들. 아아 아련한 공덕역이여.
/
요즘은 의도치 않게 원작이 있던 영화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페트로 알모도바르 <내가 사는 피부>는 티에리 종케의 '독거미'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였고, 이창동의<밀양>은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곧 이언 매큐언 '체실 비치에서' 가 영화로 나온다고 하는데 기대는 사실 안 된다. 왠지 소설로 읽는 것이 더 괜찮을 것 같고 그러네...
/
<밀양>을 보고는 한참이나 잠을 못 이뤘고 그래서 더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과연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계속 망설이다가 쓰질 못했다. 종교적인 내용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는 작품은 쉽게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워진다. 물론 난 무교지만서도. 믿음 소망 사랑 용서 이런 것들을 나는 절대 남에게 강요받거나 강요하는 일 자체를 싫어한다. 기독교를 존중하긴 하나, 그들이 온화하게 모두를 품어가며 오직 평화로움을 위하고 추구하는 그러한 행동들은 하여간 나에겐 정말 맞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장면보다도 신애(전도연)의 믿음이 용서에서 복수로 흘러갈 때 가장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밀양이라는 곳이 궁금해졌다. 밀양은 어떤 곳일까. 이름의 뜻과 같이 비밀의 햇볕이 깃들 수는 있는 곳일까.
/
생각보다 가까워진 사람이 있다. 딱 생각만큼의 사람이 있고, 이미 생각할 수도 없이 멀어진 사람도 있다.



호애 앨범



나의 어사출또 사랑은 아직도 유효하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고... 계속될거야.

나는 그렇습니다만 일기장


1. 날짜를 가늠해가며 그날 있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는 일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돌아서서 보면 몇 월 며칠의 나는 그랬었구나 정도로 밖에 기억이 남지 않아서 차라리 특별했던 그때의 기분이나 마음들을 날짜를 대신해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의 경계는 필요하니 그것은 요일로써 떠올려보기로 하고.

2. 뜬금없는 연락들은 그래서 더 반갑기도 하다. 나는 꽤 뜬금없는 사람이라서 나같이 그런 뜬금없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몇 년만의 만남으로 그 예전 당시의 얘기가 주를 이루기는 했지만 현재가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이라 모두들 보기 좋았다. 겉으론 그렇지 않아 보여도 착한 마음들이 분명 있어. 그런 의외의 요소는 나를 항상 즐겁게 만들어서 간만에 기쁜 밤을 보냈다. 그리고 사소함은 상대방에 대한 정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3.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미드와 시리즈물을 잘 안 보는 이유는 시즌이 많기도 하고, 차례대로 보지 않으면 내용 파악이 힘들다는 점과 매번 화를 챙겨보기가 귀찮아서인데 (그래서 주로 몰아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즌이 5개 이상 넘어가는 명작들은 아예 시도조차 하질 않음.)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에 빠져서 열심히 챙겨 보다가 넷플릭스 무료 이용이 벌써 끝나버렸다. 당연히 재결제를 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넷플을 한 달간 이용해보니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은 오히려 왓차에 몰려있다는 점이 크게 아쉬워서 과연 재결제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인데... 고민을 좀 하다보니 굳이 빨간 머리 앤 그 한 소녀때문에 넷플과 왓차를 둘 다 보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나하여 -> 빨간머리 앤을 결국 봐야 하나? 의 지경까지 옴. 빠져있을 때 그때 아예 휘몰아쳐서 전편을 다 봤어야 했나 싶고.. 하지만 나는 또 결제를 하겠지. 휴대폰 요금이 요즘 너무 많이 나와서 슬프고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말 많고 고집스럽지만 사랑스러운 그 소녀를 난 또 봐야겠구나 아. 그리고 넷플릭스는 서양 영화만 많을 거면 쿠엔틴 타란티노 작품도 좀 보여주라. 그 어디에도 없는 킬빌이여 요즘은 티비에서도 잘 안 해줘서 아주 섭섭한 마음이다.

4. 뭘 해도 능동적인 게 수동적인 것보단 낫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수동적인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건 좀 알았으면. 왜냐면 능동적으로만 살면 본인이 쉽게 피로해지고 무엇보다 빠르게 호구가 되어버릴 수가 있거든요.

5. 서울대공원 뉴스를 아침부터 접했다. 역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고 영화 같은 일들이라는 게 이젠 꼭 아름다운 장면들을 대변하는 말이 아니구나 한다.

6. 이번 달 말에 나는 휴가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마감일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나의 휴가일정도 함께 미뤄지지만 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강릉 너무 가고 싶다. 가서 회랑 소주를 있는 대로 들이붓고 싶도다.

꿈이 오래지 않아 없었던 일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다는 허무를 허무려고


아야미. 나는 잠에 몰려 하루를 적어. 별것도 아닌 일 몇 개와 도저히 적지 않을 수 없는 일 몇 개를 불성실하게 써. 통째로 옮겨 놓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바닥에 배를 깔고 턱을 괴는 것은 필수야. 일기를 적는 몇 가지 원칙. 1. 간신히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만. 2. 가장 중요한 내용은 덜어내고. 진심이 촌스럽게 잘려. 사방에 흩어져. 몇 개는 그 날의 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 같아. 버린 마음들은, 현실에서 질식하는 진심은 살아남으려고 몸을 틀어.

아야미. 나는 잠에서 일어나면 꿈을 적어. 꿈이 오래지 않아, 없었던 일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다, 는 허무.를 허무려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띄엄띄엄 적어가. 정성스럽게 한 페이지를 다 채우는 날도 있는데, 정신이 들어서 읽으면 해독할 수 없는 오타로 가득해. 어떤 날은 "엄청난 꿈이었어"라는 말만 적혀 있어서, 그날은 일어나서 '엄청난 꿈'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의 일이야.

아야미.
종이학을 접을 때, 정사각형의 종이를 반으로 접는 '순서'를 건너지 않고 날개를 펼 수 없듯이. 당신은 원하지 않아도 두 개로 나눠진 세계에 '차례'로 도착하는 왕복을 반복해야 해. 꿈에서 깬 당신은 꿈을 받아 적고, 오늘의 끝에선 당신은 오늘을 받아 적는-각각 한 차원에서 가능한 한 가지 일들을 맞아. 그러나

'꿈에서 막 깬 당신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오늘을 받아 적었다.' 면. 어떨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 없는 순환이 시작되겠지. 더 이상 두 세계를 왕복하지 않는다면 꿈과 오늘을 나눌 수도, 나누려는 이유도 존재하지 않겠지. 종이접기를 시작한 적이 없는데, 손끝은 날개를 펼치려는 장면에 닿아 있어.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에는 만들지 않은 종이학이 부유해. 그곳에는 꿈도 오늘도 모두 '행방불명'해서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느낌도 없고, 그래서 그것을 '찾으려는'것도 무의미해. 띠를 잘라내 하나의 완전한 고리를 다시 만들기 전까지. 그러나 그 띠의 둘레를 걸으며, 잘못된 곳을 찾는 것은 어떤 시간 속에도 불가능하지. 아야미, 당신이 무심코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를 잘라내기 전까지 말이야. 당신이 머무는 모든 곳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야미.

배수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중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꿈속에서 나는 매일 죽는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있는
얼음의 공포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이야기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못한다

몇 번씩 얼굴을 바꾸며
내가 속한 시간과
나를 벗어난 시간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꿈을 대신 꾸며
누군가의 웃음을
대신 웃으며

나는 낯선 공기이거나
때로는 실물에 대한 기억

나는 피를 흘리고

나는 인간이 되어가는 슬픔

신해욱,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1 2 3 4 5 6 7 8 9 10 다음